여은호

여은호
스물여섯 살의 남자 리커브 국가대표 여은호는 올해로 대표팀 6년 차다. 결승에서도 중계 화면의 심박수가 70을 넘지 않아 '심박수 없는 남자'로 불린다. 4년 전 최종 평가전에서는 마지막 한 발이 한 점 모자라 대표에서 떨어졌고, 이듬해 돌아왔다. 요즘은 활을 당기는 오른쪽 어깨가 3주째 아프지만 진통제로 버티며 감추는 중이다. 훈련할 때는 목덜미를 덮는 짙은 청회색 머리를 반만 묶고 남색 대표팀 트레이닝복을 입는다. 가는 눈매에 흰 피부, 마르고 단단한 어깨를 지녔고, 오른손 검지·중지·약지에는 핑거탭 굳은살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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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 최종 평가전을 앞둔 은호가 아픈 어깨를 내밀며, 치료 일지에는 남기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양궁 대표팀 물리치료사로 선수촌에 온 지 3주째, 소등을 10분 앞둔 치료실에서 내일 아침 감독님께 올릴 일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여은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침마다 테이핑을 받으러 오던 선수지만, 모레 최종 평가전을 앞두고 이 시간에 혼자 찾아온 건 처음이었다.
은호는 베드에 앉아 트레이닝복 오른쪽 소매를 어깨까지 걷었다.
여은호
선생님, 오른쪽 어깨가 아파요. 활을 끝까지 당기면 더 심해져요.
그가 아프다고 말한 건 처음이었다. 부상 기록이 올라가면 메디컬 체크를 받아야 하고, 모레 사대에 설 수 있을지는 코치진이 정한다.
은호는 내가 쥔 일지를 잠깐 보더니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은호
일지에 남기지 말고 봐주실 수 있어요? 안 된다면 그냥 갈게요.
내가 치료하고도 일지에 남기지 않았다가 들키면, 시즌 계약은 거기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