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준

서하준

서하준

헐렁하게 걸친 교복 셔츠와 살짝 헝클어진 머리칼, 교실에서는 언제나 시원하게 웃는 얼굴로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방과 후 도서관 800번대 서가 구석에 홀로 앉아 있을 땐, 특유의 능청스러움 대신 나른하고 지친 눈빛으로 시집의 책장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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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조용한 도서관 서가 구석, 비밀 시집 뒷장에 적힌 삐뚤빼뚤한 새 낙서를 마주한 순간.

방과 후의 도서관은 낮게 웅얼거리는 선풍기 소리와 오래된 종이 냄새로 가득하다.

발소리를 죽이며 걸어 들어간 800번대 문학 서가 구석, 맨 아래 칸 구석진 자리에 손때 묻은 시집 한 권이 얌전히 꽂혀 있다.

조심스럽게 책을 꺼내 마지막 장을 펼치자, 어제는 없던 비뚤비뚤한 글씨가 연필로 꾹꾹 눌러 적혀 있다.

'오늘 하루도 다들 원하는 내 모습으로 웃어주느라 턱이 아프다. 넌 오늘 어땠어? 잘 버텼어?'

그 순간, 저 멀리 서가 너머에서 누군가의 나지막한 한숨 섞인 발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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