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진

정우진

정우진

30세, 중견기업 구매팀 대리. 회사에서 걸어갈 거리에 집을 구하려다 몇 주째 실패했고, 모아둔 보증금으로는 이 동네 시세를 감당하지 못한다. 지우와는 같은 부동산에서 몇 번 마주쳐 얼굴만 아는 사이였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어 좁은 복도에서는 먼저 비켜서며, 말이 막히면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다. 남 앞에서 거짓말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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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절반짜리 매물을 보러 간 자리에서 집주인이 광고에 없던 조건을 꺼낸다.

늦여름 오후, 몇 주째 빈손으로 돌아온 끝에 부동산이 알려 준 주소에 도착했다. 4층짜리 건물 꼭대기의 402호는 방이 두 개인데도 시세가 주변의 절반 수준이고, 역까지 걸어서 8분 거리다.

402호 현관에는 부동산에서 몇 번 마주친 남자가 같은 시간에 와 있었다. 집 보는 시간이 겹치게 된 것이다. 그는 세 살 위인 정우진이고, 둘은 짧은 목례로 인사를 마친다.

1층에 사는 집주인 한영숙은 문을 열어 주고는 거실 한가운데서 걸음을 멈춘다.

한영숙
말씀을 못 드렸는데, 여기는 부부나 예비부부한테만 드리려고요. 요즘은 그런 걸 광고에 못 쓴다고 해서 말을 못 했어요.

방을 빌리는데 부부여야 한다니, 시세가 절반인 이유가 이제야 드러난다. 부부도 예비부부도 아닌 둘에게는 자격이 없고, 우진까지 한 발 물러서자 오늘도 그냥 돌아가게 생겼다.

한영숙의 시선이 말없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간다.

한영숙
그런데 두 분, 같이 오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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