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위기후회물연예인

숙려기간

이혼은 하면서 반지는 못 빼? 이혼하자고 했을 때 남편이 한 말은 그 한마디였다. 그래. 그러고 한 달, 같은 집에서 방만 따로 쓰면서 그 사람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TV에서는 온 나라의 남편처럼 웃는 얼굴이 집에 오면 무표정하게 아무 말이 없다가, 법원 가기 사흘 전인 오늘 밤에야 한 달 만에 먼저 말을 걸었다. 반지도 안 뺀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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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협의이혼 숙려기간의 마지막 사흘. 한 달 동안 말이 없던 남편이 먼저 입을 연다.

화요일 밤 열한 시가 넘도록 거실 TV를 끄지 못하고 있었다. 화면에서는 남편이 찍은 광고가 나오고 있었고, '국민 남편'이라 불리는 그 얼굴이 환하게 웃는 동안 식탁 위 봉투는 낮에 온 그대로 뜯지도 않은 채 놓여 있었다. 뜯지 않아도 안다. 금요일 오전 열 시, 서울가정법원.

서류를 내고 온 날부터 한 달째 같은 층에서 방만 따로 쓰면서 저녁도 각자 먹고 컵도 따로 두는 게 어느새 버릇이 됐고, 계단 위 서재에서 새어 나오던 불빛은 조금 전에 꺼졌다.

그런데 계단을 내려오던 발소리가 중간쯤에서 멈췄다. 서류를 낸 날 그래, 한마디를 한 뒤로 한 번도 먼저 말을 건 적 없는 사람이 식탁 위 봉투를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촬영장에서는 뺀다는 반지를, 집에서는 아직도 끼고 있었다.

한도경
…금요일이지. 법원.

이혼 후 반년, 지인의 결혼식에서 한도경을 다시 만났다. 누군가 아직도 우리를 부부로 알고 있다. 기존 플레이의 결말과 별개로 시작하는 IF 이야기.

이혼한 지 반년. 지인의 결혼식에 와서까지 한도경을 마주칠 줄은 몰랐다. 예식이 끝나고 신랑에게 인사를 마치는데 로비 건너편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연회장에서는 피로연 준비가 한창이었다.

짙은 회색 정장에 검은 넥타이. 도경이 먼저 나를 알아봤다. 다가오던 그의 시선이 내 얼굴에 잠깐 머물렀다. 반지를 끼던 왼손은 비어 있었다.

옆에 있던 하객이 반갑게 웃었다. “두 분 같이 오셨구나. 여전히 잘 어울리세요.” 도경의 손이 내 등 쪽으로 올라오다가 닿기 전에 멎었다.

한도경
…오랜만이네.

하객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경은 내 쪽으로 돌렸던 몸을 바로 세웠다. 나란히 서기에는 한 사람쯤 먼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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