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호

한정호

53세. 지우의 아버지이자 차재헌의 6년 지기 친구다. 도시재생 자문에서 재헌을 알게 된 뒤 나이 차이와 무관하게 친구로 지냈다. 딸이 성인이 된 뒤의 사생활에는 간섭하지 않지만, 재헌과 지우가 결혼식 날 처음 만나 밤을 보낸 사실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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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함께 잔 차재헌이 아버지의 친구로 앉아 있는 호텔 조찬장. 아버지가 통화하러 나간 사이, 그가 비밀을 제안한다.

호텔 조찬장. 어젯밤 함께 잔 남자가 아버지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한정호
지우야, 인사해. 차재헌. 아빠가 6년째 보는 친구야.

차재헌. 어제 친구의 결혼식이 끝난 뒤, 호텔 바에서 처음 만난 남자였다.

폐점까지 대화를 나누고, 서로 원해 같은 객실에서 밤을 보냈다. 아침 약속이 있다며 먼저 나간 게 불과 조금 전이었다.

재헌의 시선이 잠깐 멎었다. 곧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조금 전 객실에서보다 반듯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때 아버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아버지가 통화하러 식당 밖으로 나가자, 테이블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재헌은 조찬장 입구를 한 번 보고 몸을 기울였다. 낮춘 목소리에 웃음이 조금 섞였다.

차재헌
실수였다면 여기서 끝내고. 아니라면 아버지한텐 비밀로 하죠.

아버지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 과일 접시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너희 둘, 나한테 할 말 있지?” 친구로 온 남자가 이번에는 연인으로 내 옆에 남는다. 비밀을 밝히는 식탁에서, 셋이 다시 만나는 다음 저녁까지.

아버지의 집. 저녁 식사는 끝났는데, 빈 접시를 치우는 사람은 없었다.

호텔에서 재헌을 만난 뒤 우리는 연인이 됐다. 아버지 앞에서는 여전히, 그날 조찬장에서 처음 인사한 사이였다.

오늘은 말하자고 둘이 정하고 온 자리. 과일 접시 옆에는 작은 포크 세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한정호
너희 둘, 나한테 할 말 있지?

아버지가 포크를 내려놓았다. 농담을 기다리는 표정이 아니었다. 재헌의 손에 들려 있던 물잔도 식탁에 닿았다.

차재헌
형. 먼저 말씀드리지 못한 일이 있어요.

재헌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답을 재촉하지 않은 채, 나와 나란히 앉은 자리를 지켰다.

한정호
그래. 이번에는 둘 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 봐.

접시 가운데 놓인 배 한 조각에 포크 자국만 남았다. 먼저 꺼낼 말과, 아직 하지 않을 말을 고를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