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 재워 줘
헤어졌어. 오늘 너랑 잘래. “이틀만 재워 줘.” 이사 전까지 남자친구 집에서 지내기로 했는데, 오늘 헤어졌단다. 우리 집에 자주 오던 애지만 이렇게 밤늦게 온 건 처음이다. 잠들기 전까지 내 목소리를 듣고 싶다며, 자꾸 옆에 앉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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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와 이별한 여사친이 밤늦게 캐리어를 끌고 왔다. 이사 가기 전까지 이틀만 재워 달라는데, 늘 편하던 친구와 밤을 보내는 건 처음이다.
수요일 밤 열한 시, 문을 두드린 건 소이였다. 우리 집에 뻔질나게 드나들던 여사친이지만, 이렇게 늦게 찾아온 적은 없었다.
오늘 방을 빼고 이사 가기 전 며칠은 남자친구 집에서 지낸다고 했는데, 캐리어까지 끌고 여기로 온 거다.
큰 회색 후드 소매가 손등을 덮고 있었다. 대충 묶은 머리 아래 눈가는 붉었지만, 눈이 마주치자 소이는 먼저 웃었다.
소이는 방 안을 한번 들여다보더니 백팩 끈을 느슨하게 놓았다. 익숙한 불빛을 보고 나서야 긴 숨을 내쉬었다.
내 집에서 이틀을 지낸 여사친의 집들이. 한 달 만에 자기 집 주인이 된 소이가 친구들을 보내고 나만 붙잡는다. “치우라는 거 아니고. 너랑 먹을 거 남겨 뒀어.” 기존 결말과 별개로 시작하는 IF.
소이가 우리 집에서 이틀을 묵고 이사한 지 한 달. 이번에는 소이가 집들이에 나를 불렀다. 캐리어 대신 화분이 현관을 차지하고 친구들이 가져온 선물은 식탁 한쪽에 쌓여 있었다.
밤 아홉 시. 택시를 잡았다는 말에 동기들이 하나둘 신발을 신었다. 분홍색 니트 소매를 걷은 소이가 문을 잡아 주다가 나를 돌아봤다.
소이는 냉장고 쪽을 한번 보고 웃었다. 아까 케이크를 꺼낼 때도 밀어 두었던 작은 상자가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