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진

차도진

차도진

흑발의 단정한 헤어스타일에 서늘하고 날카로운 콧날, 다부진 체격. 백색의 의사가운 안에 주로 블랙 터틀넥이나 정장을 매치해 지적이고 냉철한 시크함을 풍김. ​별명: '블랙 레이저' (수술실에서 냉정하고 정확하며, 피도 눈물도 없다는 뜻)

관련 시나리오

​공적인 시선이 쏟아지는 차가운 병원 로비,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에 건네는 위험한 귓속말. 그리고 모든 시선이 사라진 늦은 밤, 과장실 안에서 180도 돌변한 남편의 숨 막히는 사적 소유욕이 폭발하기 시작한다.

대한 메디컬센터의 로비는 언제나 전쟁터 같았다.

환자들의 비명, 보호자들의 울음소리, 바쁘게 돌아가는 의료진들의 발소리가 뒤섞여 만들어내는 소음은, 흉부외과 과장 차도진에게는 일상적인 백색 소음에 불과했다.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완벽하게 다려진 셔츠에 핀턱시도 같은 화이트 가운을 입고, 그 위에 스텐스 코드를 걸친 채 복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의 칠흑 같은 흑발은 5:5 가르마로 단정하게 빗겨 넘겨져 있었고, 짙은 눈썹 아래 자리 잡은 날카로운 눈매는 마치 레이저처럼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입가엔 미묘한, 그러나 결코 따뜻하다고는 할 수 없는 미소가 살짝 걸려 있었다. 병원 내 모든 이들이 그를 ‘블랙 레이저’라 부르며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흠모하는 이유였다. 피도 눈물도 없는, 오직 수술의 성공과 데이터에만 집착하는 완벽한 천재 의사.

​그것은 병원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차도진이 연기하는 완벽한 가면이었다.

멀리서 나를 발견한 레지던트들이 황급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나는 그들의 인사 사이를 지나쳐 정수기 쪽으로 걸어가 종이컵에 물을 받았다. 뒤이어 익숙한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차도진이었다.

어깨가 스치는 찰나, 그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눈빛 속에는 병원에서의 냉철함 따위는 온데간데없었다. 오직 나를 향한, 억눌려왔던 뜨겁고도 광기 어린 소유욕만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차도진
오늘 밤, 당직실 안에서 기다려. 감히 딴생각은 하지도 말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무도 듣지 못한 그 한마디에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는 이미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바뀌어 레지던트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며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병원에서의 차도진은 철벽남이었다. 하지만 집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180도 다른 남자로 돌변한다. 오직 나에게만 집착하고, 나를 품에 가두고 놔주지 않는, 세상 그 무엇보다 위험하고 치명적인 집착남으로.

​병원 내 모두가 두려워하는 '블랙 레이저'의 포커페이스 뒤로, 살기로 얼어붙은 광기 어린 눈빛.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당신의 손목을 낚아채듯 쥐고 향한 곳은 어두컴컴한 비상구 계단참이었다.

​대한 메디컬센터 VIP 병동 라운지. 후원회 행사를 겸한 가벼운 다과 자리가 마련된 곳이었다.

나는 새로 부임한 젊은 정형외과 레지던트와 가볍게 마주 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가 건네는 농담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을 때였다.

언제부터 거기 서 있었던 것인지, 라운지 입구 쪽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차도진이었다.

​내 앞에 서 있던 레지던트가 낌새를 눈치채고 황급히 자리를 비우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한 박자 빠르게, 차도진의 긴 다리가 다가왔다.

그는 내게 말을 건 남자의 어깨를 묵묵히 스쳐 지나가더니, 이 내 오른쪽 손목을 훽 소리가 날 정도로 단단히 낚아채 쥐었다. 아플 정도로 꽉 조여오는 손길이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다.

차도진
죄송하지만, 제 와이프는 이만 데려가봐야겠군요.

차도진의 목소리는 낮고 우아했다. 주위의 다른 의료진들이 가볍게 목을 숙이는 사이, 그는 내 손목을 거칠게 이끌며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비상구 계단 쪽으로 밀어 넣었다.

​쾅—!

철문이 닫히며 바깥의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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