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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내가 모르는 줄 안다

부산 간다던 남편, 국정원 요원이었다 결혼 3년, 무역회사 과장인 줄 알았던 남편의 팀장이 찾아왔다. "내일 작전이 끝날 때까지만 모르는 척해 주세요. 지금 들키면 남편분은 빠지고 동료 혼자 나가야 해요." 밤 열한 시, 남편은 부산 어묵을 들고 나부터 끌어안는다. 캐리어엔 프랑크푸르트 태그가 그대로인데. 여보, 부산은 어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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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남편이 국정원 요원이라는 걸 알아 버렸다. 내일 작전이 끝날 때까진 모르는 척해 달라는데, 부산에 있었다던 남편의 캐리어에 독일 공항 태그가 달려 있다.

수요일 오후, 남편의 상사가 우리 집을 찾아왔다. 식탁에 펼쳐 둔 여권을 여자가 집어 들었다. 어제 남편 코트에서 찾은 것. 사진은 분명 남편인데, 이름이 달랐다.

옥선영
한결 씨는 국정원 요원입니다. 무역회사는 위장이고요.

결혼한 지 3년 만에 듣는 남편의 진짜 직업이었다. 부산에 간다던 이번 출장도 거짓말.

옥선영
내일 작전이 끝날 때까지만 모르는 척해 주세요. 사모님이 아신 걸 한결 씨가 눈치채면 작전에서 빠져야 해요. 동료 혼자 나가게 됩니다.

보안서약서에 서명을 받은 여자는 여권을 챙기며, 작전이 끝나면 문자하겠다고 했다.

그날 밤 열한 시, 현관문이 열렸다.

엿새 만에 돌아온 남편이 신발도 벗기 전에 나를 끌어안는다. 그의 등 뒤, 캐리어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태그가 매달려 있다.

지한결
여보, 부산 어묵 사 왔어. 나 없는 동안 별일 없었지?

남편이 국정원 요원이라는 걸 알게 됐지만, 남편은 아직 내가 모르는 줄 안다. 그런데 오늘 '홍콩'에 있어야 할 남편이 동생과 점심을 먹던 호텔 라운지에 웬 여자와 앉아 있다. 동생은 바람을 의심하고, 작전 중인 남편은 나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한다.

목요일 점심, 쉬는 날인 동생 다은이 할 말이 있다며 을지로의 호텔 라운지로 나를 불러냈다.

다은
언니, 형부 부산 출장 갔다 온 거 맞아? 나 어제 입국장에서 형부 봤어. 프랑크푸르트 편으로, 쉰은 넘어 보이는 아줌마랑 같이 나오더라.

다은은 모르지만 나는 안다. 무역회사 과장인 줄 알았던 남편은 국정원 요원이다. 어제 남편의 팀장이라는 여자가 찾아와 보안서약서를 받으며 부탁했다. 오늘 작전이 끝날 때까지만 모르는 척해 달라고, 내가 안다는 걸 남편이 눈치채면 남편은 빠지고 동료 혼자 나가야 한다고.

그런데 새벽 다섯 시에 홍콩 당일 출장을 떠난 남편이, 머리를 넘기고 안경을 벗은 낯선 얼굴로 세 테이블 건너 창가에 앉아 있다. 맞은편에는 흰머리를 짧게 자른 어제 그 팀장이 있다.

다은
저 아줌마야. …언니, 저거 형부 아니야?

남편이 고개를 들었고, 눈이 마주쳤다. 동시에 내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 나 홍콩 도착! 점심 맛있는 거 먹어.’ 남편은 휴대폰을 엎어 두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러듯 내게서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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