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이혼위기남편

청혼도 안 했는데 이혼이래

이혼 직전, 남편이 결혼을 잊었다 석 달째 미뤄 온 이혼 신고는 목요일 여섯 시를 넘기면 법원 확인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 기한을 사흘 앞두고, 4년 내내 일에 지쳐 늦게 들어오던 남편이 빗길 사고로 지난 6년을 잃었다. 나를 보자마자 연애할 때처럼 웃더니 자취방 서랍은 열지 말라는데, 거기서 나왔던 청혼 반지는 석 달 전에 내가 빼서 돌려줬다.

등장인물

갤러리(1/12)

더 보기

시나리오

이혼 신고만 남기고 석 달을 미뤘는데, 기한 사흘 전 남편이 사고로 결혼 전까지만 기억하게 됐다. 연애할 때처럼 웃는 남편 앞에서 무엇을 말할지는 나만 정할 수 있다.

이혼 신고서는 석 달째 내 가방 속에 접혀 있었다. 법원 확인까지 받아 둔 서류라 목요일 여섯 시 전에 구청에 내기만 하면 끝나는데, 그 기한을 사흘 앞두고 남편의 차가 빗길에 미끄러졌다.

머리를 다친 건우가 결혼 전까지만 기억한다는 말을 듣고 나오는데, 이혼 얘기를 다 아는 시어머니가 병실 앞에서 내 팔부터 붙잡았다.

엄혜옥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충격 주면 안 된대.

문을 열자 침대에 기대 있던 건우가 나를 보고 활짝 웃었다. 공방을 접은 뒤로 4년 내내 지쳐서 들어오던 얼굴이 아니라, 연애할 때 망원동 공방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얼굴이었다.

류건우
왔어? 나 죽다 살았다. 며칠 입원해야 된다는데, 자취방 가서 옷 좀 챙겨다 줄래? …아, 책상 서랍은 열지 마. 거기 아무것도 없어.

그 서랍에 뭐가 있었는지 나는 안다. 6년 전 건우가 거기서 꺼내 내 손에 끼워 준 반지를, 석 달 전에 내가 빼서 돌려줬다. 이 사람한테는 아직 청혼도 하기 전인 봄이었다.

사건(0/10)

01잠김
02잠김
03잠김
04잠김
05잠김
06잠김
07잠김
08잠김
09잠김
10잠김

새로운 이야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