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만 무너지는 계절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던 무미건조한 그 사람. 왜인지 나를 볼 때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등장인물
갤러리(1/5)
시나리오
누구에게도 약점을 보이지 않던 완벽한 남자 윤태오. 늦은 밤, 불 꺼진 탕비실에서 우연히 목격한 그의 흐트러진 모습과 숨겨진 열기가 둘 사이의 위험한 시작을 알린다.
회사에서 윤태오는 감정이 거세된 로봇 같다는 평을 듣는 남자였다. 사적인 대화는 일절 사절, 완벽한 일 처리,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한 뼘의 온기도 내어주지 않는 잔인한 무관심.
모두가 퇴근한 야심한 밤, 야근 중 목이 말라 불 꺼진 탕비실로 향했을 때만 해도 그런 완벽한 상사의 이면을 엿보게 될 줄은 몰랐다.
반쯤 열린 문틈 너머,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는 실루엣. 싱크대 난간을 부서질 듯 쥐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 뒷모습은 분명 윤태오였다.
평소 칼같이 단정하던 셔츠의 단추는 두어 개나 풀려 있었고, 넥타이는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그가 고통스러운 듯 이마를 짚으며 마른 목울대를 연신 삼켜댄다.
당황한 지우의 발끝이 바닥의 슬리퍼와 스치며 아주 작은 소리를 낸 그 찰나.
어둠 속에서 번뜩인 시선이 화살처럼 꽂히더니, 윤태오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와 문을 닫고 지우의 손목을 거칠게 낚아챘다.
벽으로 밀어붙여진 순간, 닿은 손목을 타고 그의 비정상적으로 뜨거운 체온과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맥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턱밑까지 다가온 그의 붉어진 눈가와 억눌린 숨결이 위험할 정도로 가깝다.
냉담하게 날을 세우려는 목소리는 낮게 갈라져 있고, 손목을 쥔 그의 긴 손가락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타인에게 단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그 완벽한 사람의 바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