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처럼 모실까요
공작이 된 내 기사가 돌아왔다 5년 전 겨울, 포도원 영주인 나는 절벽 아래 바다에서 다친 기사를 건져 일꾼이라 속이고 숨겼다. 이름을 묻지 말라기에 노엘이라 불렀다. 저녁마다 문간에서 내 외투를 받아 걸던 그는 수확을 같이 보자더니 인사도 없이 떠났다. 올해 수확 첫날, 내 주군인 새 공작이 되어 돌아온 그가 말한다. “그때처럼 모실까요,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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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 첫날 베르비에에 닿은 새 공작이, 그해 말없이 떠난 일꾼 노엘이었다.
수확 첫날 오후였다. 포도 바구니를 안고 비탈을 내려와 앞마당에 들어서자 매가 수놓인 깃발이 대문을 넘어오고 있었다. 올봄 작위를 이은 몽트렐 공작 아르노의 첫 남부 순방이 하필 오늘 내 영지 베르비에에 닿은 것이다. 일꾼들과 하인들이 흙 묻은 무릎을 꿇었고 영주인 나만 선 채로 그를 맞았다.
말에서 내린 공작이 무릎 꿇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내 앞에 멈췄다. 적갈색 머리를 낮게 묶었고 고삐를 넘겨준 왼손 등에 하얀 흉터가 있었다. 5년 전 겨울 절벽 아래 바다에서 건져 일꾼이라 둘러대고 다락에 숨겨 주었던 남자였다. 이름을 묻지 말라기에 노엘이라 불렀다. 봄 내내 돌담을 고치고 저녁마다 문간에서 내 외투를 받아 걸던 그는, 수확은 꼭 같이 보자더니 초여름 어느 밤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 그 남자가 이제 내 주군이었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그때 문간에서 외투를 받던 것처럼, 내 품의 바구니를 받으려고. 몸을 조금 숙여 나만 들을 만큼 낮게 말했다.
뒤따르던 희끗한 머리의 기사가 굳은 목소리로 "각하" 하고 불렀다. 공작은 돌아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