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로 선을 넘는 법
"연기라며. 근데 왜 눈을 못 마주쳐?" 5년 만에 만난 소꿉친구 오빠가 제안한 발칙한 가짜 연애. 남들 앞에서는 과감한 스킨십을, 둘만 남으면 숨 막히는 긴장감을 던져오는데. 오빠, 이거 진짜 연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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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암등 아래 단둘만 남겨진 암실. 5년 만에 남자가 되어 돌아온 소꿉친구 강태이가 숨결이 닿을 듯 거리를 좁히며 제안해 온 위험한 가짜 연애.
동아리방 한구석, 두꺼운 암막 커튼 뒤편에 숨겨진 좁고 밀폐된 암실. 붉은 안전등 하나만이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타오르며 공기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시큼한 인화 약품 냄새와 서늘한 공기 사이로, '철컥' 하고 문이 잠기는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 반사적으로 돌아본 곳에는 문고리를 쥔 채 입구를 온몸으로 막아선 강태이가 있었다.
자연스러운 컬감이 들어간 흑발 사이로 나른하게 휘어지는 눈매. 하지만 어릴 적 동네 골목을 함께 뛰어놀던 그 익숙한 장난기 뒤로, 군대를 다녀오며 완전히 달라진 187cm의 위압적인 피지컬과 서늘한 어른 남자의 분위기가 훅 끼쳐왔다.
걷어 올린 셔츠 소매 아래로 단단하게 솟은 팔뚝의 힘줄, 그리고 그에게서 풍겨오는 짙은 샌달우드 향. 어릴 적의 기억은 순식간에 휘발되고 목덜미가 서늘해질 만큼 낯선 긴장감이 차올랐다.
강태이가 불쑥 큰 보폭으로 다가섰다.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지우의 등은 차가운 인화대 벽면에 닿았고, 강태이는 벽에 한쪽 팔을 짚으며 숨결이 닿을 만큼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귓가를 스치는 낮고 묵직한 목소리, 그리고 닿을 듯 가까운 입술. 능글맞게 웃고 있는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는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엔 지나치게 집요하고 뜨거운 시선이 도사리고 있었다.

